경제

미국의 1,660억 달러 관세 환급, 사상 최대 행정 난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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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660억 달러 관세 환급, 사상 최대 행정 난제가 되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게 1,660억 달러를 빚지고 있다. 이자는 매달 6억 5천만 달러씩 불어나는 중인데, 정작 환급을 처리해야 할 기관은 "소프트웨어도 인력도 부족하다"고 법원에 고백했다.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재정 뒷수습이 시작됐다.

이 사태의 발단

2026년 2월 20일, 미국 대법원이 폭탄선언을 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한 6 대 3 다수의견으로,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사건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소토마요르, 케이건, 고서치, 배럿, 잭슨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합류했다. 논리는 명쾌했다. 세금과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은 오직 의회에만 있다는 것이다.

이 판결 하나로 2025년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 체계 전체가 무너졌다.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 수십 개국 수입품에 10~50%까지 매겼던 관세가 소급적으로 위법이 됐다. 그동안 거둬들인 모든 돈이 불법 징수였던 셈이다.

문제의 규모

숫자를 보면 어질어질하다. 관세 시행 기간 동안 미국 세관국경보호청은 33만 수입업체로부터 5,300만 건의 수입 신고를 통해 약 1,660억 달러를 징수했다. 이 돈은 이미 연방 예산에 편입돼 2027년까지의 인프라 투자와 사회복지 지출에 배정된 상태였다.

이제 이걸 전부 돌려줘야 한다. 원금만이 아니다. 국제무역법원은 3월 4일 환급에 이자를 포함하라고 명령했는데, 이자가 매달 약 6억 5천만 달러씩 쌓이고 있다. 세관이 하루 미룰 때마다 청구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세관의 45일 전쟁

국제무역법원이 관세 징수 중단과 환급 처리를 명령하자, 세관의 대답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였다. 3월 6일 법원 제출 서류에서 세관 무역정책프로그램 국장 브랜든 로드는 냉정한 현실을 설명했다. 기관의 현행 기술과 절차, 인력으로는 "이 규모의 작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5,300만 건을 수작업으로 처리하려면 직원 노동시간 400만 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관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법원에 45일의 유예를 요청했다. 목표 시점은 2026년 4월 20일이다. 수입업체들이 세관의 통합 상업 환경 플랫폼을 통해 신고서를 제출하면, 시스템이 관세를 제외한 납부액을 자동 재계산해 환급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법원은 연장을 허가했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뜻밖의 횡재

미국 대형 수입업체들에게 이번 판결은 잊고 있던 복권 당첨을 확인한 것과 같다. 페덱스, 코스트코, 다이슨, 로레알, 닛산 북미법인 같은 기업들이 이미 환급 소송을 제기했고, 전체 소송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다.

JP모건 분석가들은 환급이 본격화되면 2026년 상반기 연율 기준 실질 성장률을 0.5%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산한다. 지난 1년간 현금을 쌓아두고 설비투자를 미뤄왔던 기업들이 갑자기 대규모 자금 유입을 앞두게 된 것이다. 인수합병 시장도 이미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만 함정이 있다. 아무도 정확한 환급 시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아직 구축 중이고, 가동 이후에도 5,300만 건의 검증이 하루아침에 끝나진 않는다. 대형 무역 로펌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중소 수입업체들에게는 환급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최종 확정" 수입 건이라는 골칫거리

헤드라인 숫자 뒤에는 까다로운 법적 문제가 숨어 있다. 통상 세관 절차상 수입 건은 일정 기간 내에 "확정"되고, 그 후 180일간 이의제기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이 이미 만료된 건에 대해서는 환급 경로가 훨씬 불투명하다.

국제무역법원의 3월 4일 명령은 이러한 "최종 확정" 건의 포함 여부를 명확히 해결하지 않았다. 정부도 포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회색지대에 놓인 수입업체들은 추가 소송과 수년간의 법적 다툼이 필요할 수 있다.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 세부사항이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실질적 문제다.

관세는 부활했다 (일종의)

대법원 판결로 자유무역이 승리한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면, 아직 이르다. 판결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1974년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해 전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월 24일부터 발효됐다. 3월 4일에는 베센트 재무장관이 법이 허용하는 최대치인 **15%**로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제122조를 발동한 대통령이 역사상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고정환율 체제에서 "국제수지 적자"에 대응하기 위한 매우 제한적인 상황을 위해 만들어졌다. 미국은 금본위제를 폐지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뉴욕 주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가 이끄는 24개 주 연합이 3월에 바로 이 논리로 새 관세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제122조 관세는 2026년 7월 24일 만료 예정이며, 의회가 연장에 투표하지 않는 한 그대로 종료된다. 현재 정치 환경을 보면 연장 가능성은 낮다.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

관세 부과, 관세 철폐, 새 관세 재부과라는 정책 급변이 기업 신뢰도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다. 국제 무역 규칙이 몇 주 단위로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설비투자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행정부가 동시에 60개국을 대상으로 강제노동 관행을 이유로 한 제301조 조사를 개시하고, 중국, 멕시코, 유럽연합의 구조적 제조업 흑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점은 무역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다른 법적 무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방정부 역시 자체 난제를 안고 있다. 1,660억 달러는 이미 지출 계획에 반영돼 있었다. 이를 돌려주면 세출 삭감, 새 재원 확보, 추가 차입 중 하나로 메워야 하는 재정 구멍이 생긴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

4월 20일 세관 자동화 시스템 가동 여부가 첫 번째 분수령이다. 시스템이 제때 작동하면 환급이 수 주 내에 시작될 수 있다. 실패하면 법원이 더 강력한 이행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제122조 소송도 눈여겨봐야 한다. 법원이 이 관세마저 무효화하면 행정부는 의회를 거치지 않고 무역 정책을 유지할 법적 수단이 거의 바닥나게 된다. 법적 여정이 더 긴 제301조 조사가 다음 주요 전장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33만 미국 기업이 돈을 기다리고 있고, 정부는 그 돈을 돌려줄 기술을 급히 만들고 있으며, 이자는 매달 6억 5천만 달러씩 쌓여가고 있다. 대법원이 헌법적 쟁점은 정리했지만, 실무적 후폭풍은 이제 막 시작됐다.

참고자료

  1. Plan emerges for $166 billion in tariff refunds - CNN Business
  2. CBP gets extension to process $166 billion in tariff refunds - The Hill
  3. Supreme Court Rules President Lacks IEEPA Authority to Impose Tariffs - BakerHostetler
  4. The remaining questions after the Supreme Court's tariffs ruling - SCOTUSblog
  5. CBP Outlines IEEPA Tariff Refund Process - Or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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