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기자들이 카리 레이크를 고소했다, 트럼프 선전 방송 혐의로

미국의소리 방송은 1942년부터 수십 개 언어로 전 세계에 뉴스를 전해왔다. 80년 넘게 연방법이 백악관으로부터의 편집 독립성을 보장해 온 방송사다. 그 방화벽이 지금 역사상 최대 시험대에 올랐고, 베테랑 기자들이 남은 것마저 지키기 위해 법정에 섰다.
3월 23일, VOA 소속 고위 기자 4명이 미국 글로벌미디어청을 관장하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 카리 레이크를 상대로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국제 방송을 친트럼프 선전 도구로 변질시켰다는 혐의다. 소송 대상에는 국무부 관료이자 글로벌미디어청 대행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리가스도 포함됐다. 그리고 이 소송의 혐의 내용은 꽤나 구체적이다.
카리 레이크가 실제로 한 일
가장 눈에 띄는 혐의부터 보자. 2026년 1월, 레이크는 VOA 페르시아어 서비스에 5분짜리 영상으로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열렬히 칭찬했다. 미국이 이란과 군사 분쟁 중인 상황에서, 독립 뉴스 매체를 통해 행정부의 입장을 이란 시청자에게 직접 전달한 셈이다.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소장에 따르면, 페르시아어 서비스를 담당하는 글로벌미디어청 간부 알리 자반마르디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여러 보도에 출연했다. 이란 국민의 이익과 트럼프의 정책 방향을 동일시하는 발언을 했고, 시청자들에게 계속 거리에 나서 시위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이건 저널리즘이 아니다. 정부 관료가 뉴스 플랫폼을 이용해 외국에서의 정치적 행동을 독려한 것이다.
원고 측은 또한 1월 이란 반정부 시위 당시 팔라비 왕조 후손에 대한 지지 보도가 검열당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VOA가 선전물을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고 행정부의 서사에 맞지 않는 뉴스를 적극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방송 네트워크의 해체
선전 혐의도 심각하지만, 이 모든 일은 VOA라는 기관 자체가 조직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3월 행정명령에 따라, 레이크는 계약직을 해고하고 1,000명 이상의 직원을 유급 행정휴직 처리했다. 49개 언어 서비스를 6개로 축소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우즈베크어, 티베트어, 하우사어, 크메르어 등 수십 개 언어로 방송하던 네트워크가 이제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십 년간 미국 뉴스에 접근해 온 전 세계 수많은 지역이 그 연결고리를 잃었다.
레이크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통신사인 AP와 로이터와의 계약도 해지했다. 대신 우파 매체인 원아메리카뉴스네트워크의 보도를 VOA에서 내보내는 계약을 추진했다. 아직 실제 방송되진 않았지만, 의도를 오해하기는 어렵다.
원고들은 가벼운 인물들이 아니다
이건 불만 품은 직원들의 투정이 아니다. 네 명의 원고는 VOA 편집 조직의 최고위급 인사들이다. 배리 뉴하우스는 VOA 중앙 뉴스국의 전 국장 대행이고, 아예샤 탄짐은 남아시아 및 중앙아시아 담당 국장이다. 이동혁은 한국어 서비스 책임자이고, 크세니아 투르코바는 러시아어 서비스 기자다.
이들은 세계적인 언론자유 단체인 국제펜클럽과 국경없는기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수석 변호인은 워싱턴 법조계의 유명 인사인 놈 아이젠이다. 아이젠은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국의소리가 진실을 말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수정헌법 제1조에 기반한 헌법적 문제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법은 사실 꽤 명확하다
법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VOA의 편집 독립성은 단순한 관행이나 모범 사례가 아니다. 연방법에 명문화되어 있다. 1994년 국제방송법은 미국 정부 관료가 방송 서비스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뉴스 보도에 개입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부 관료는 VOA와 자매 네트워크의 "전문적 독립성과 무결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976년에 제정된 VOA 헌장은 보도가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헌장은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에, 위반은 단순한 윤리적 실패가 아니라 잠재적으로 위법한 행위가 된다.
연방 판사 로이스 램버스는 이미 관련 사안에서 한 차례 판단을 내렸다. 이달 초 관련 소송에서 레이크의 지난 1년간 행위가 위법하다며 "무효"를 선언했고, "레이크를 사실상 글로벌미디어청 최고경영자로 만들려는 위법한 시도"가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새 소송은 그 경계를 더 밀어붙여 선전과 검열 혐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원이 레이크가 전시에 VOA를 친트럼프 메시지 플랫폼으로 활용했다고 인정한다면, 법적 파장은 상당할 것이다.
워싱턴을 넘어서 왜 중요한가
이건 그냥 미디어 업계의 분쟁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소리는 매주 약 3억 5,400만 명의 청취자에게 방송한다. 대부분 독립 미디어가 거의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란, 중국, 러시아, 북한 같은 곳에서 VOA는 정부의 선전 기구를 거치지 않은 몇 안 되는 뉴스 소스 중 하나로 기능해 왔다.
잔인한 아이러니가 있다. 미국은 수십 년간 권위주의 정부들이 국영 미디어를 선전 도구로 쓴다고 비판해 왔는데, 이 소송의 혐의가 정확히 그 내용이다. VOA가 독립 뉴스 소스로서의 신뢰를 잃으면, 피해는 한 방송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가장 효과적인 소프트파워 수단 중 하나가 훼손되고, "미국의 언론 자유 운운은 위선이다"라고 말해 온 모든 독재 정권에 선물을 안겨주는 셈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진행 중인 지금, 이 문제는 더욱 절박하다. VOA 페르시아어 서비스는 수백만 이란인에게 핵심 정보원이다. 이 서비스가 백악관 확성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청취자들은 이탈할 것이고 미국이 훨씬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다른 매체로 향할 것이다.
펜타곤 언론 정책 판결의 맥락
VOA 소송은 단독 사건이 아니다. 불과 3일 전인 3월 20일, 연방 판사 폴 프리드먼은 국방부가 기자들에게 공식 승인 없이 정보를 수집하거나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한 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뉴욕타임스가 이의를 제기했고, 프리드먼 판사는 이 정책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국방부가 허가하지 않은 모든 취재와 보도"를 기자 출입증 취소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해 수정헌법 제1조와 제5조 위반을 선고했다.
이 두 사건을 함께 보면, 전시에 정보 흐름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하는 행정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국방부는 기자들의 보도 내용을 제한하려 했고 법원이 거부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VOA를 국가 선전 매체로 변모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법원이 비슷한 판결을 내릴 것인가이다.
앞으로 주목할 점
당장의 질문은 법원이 소송 진행 중에 선전 방송을 중단하라는 가처분을 내릴 것인가이다. 이달 초 램버스 판사가 레이크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선례를 고려하면, 원고 측이 어떤 형태의 임시 구제를 얻을 가능성은 상당하다.
하지만 더 큰 이야기는 이 사건이 미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회복력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느냐이다. VOA는 80년 넘게 양당 행정부를 거치면서도 편집 방화벽이 유지되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방화벽이 네트워크 역사상 가장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지금, 이 소송의 결과가 1994년 이래 독립 방송을 보호해 온 법적 장치가 결연한 행정부 앞에서도 실효성을 갖는지를 판가름할 것이다.
참고자료
- Voice of America staffers sue, alleging Kari Lake put on propaganda - NPR
- Voice of America staff allege Kari Lake violated its independence in lawsuit - The Washington Post
- VOA journalists sue, accusing US government of forcing censorship, propaganda - The Hill
- Judge rebukes Kari Lake by ordering Voice of America staffers back to work - NPR
- New Voice of America Lawsuit Alleges Kari Lake Aired Pro-Trump Propaganda - The W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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