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과 실제 전쟁이 동시에 터진 미국 경제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해보자. 가계 지출을 줄이겠다고 마트에서 사는 물건마다 할증료를 붙이기로 했다. 덜 사게 될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장은 봐야 하니까.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 와중에 집에 불이 나서 보험료까지 세 배가 됐다고 상상해보라. 대충 이게 2026년 3월 말 미국 경제의 현주소다.
숫자가 냉정하게 말해준다. 한 세기 만에 가장 높은 실효관세율을 부과했음에도 미국의 2025년 총 무역적자는 9,015억 달러에 달했다. 상품 무역적자만 따지면 역대 최고인 1조 2,400억 달러, 2024년 대비 2% 증가한 수치다. 오늘 경제분석국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경상수지 데이터는 관세가 효과를 증명할 것이라던 한 해의 최종 성적표를 완성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명에 실패했다.
선구매 대란
무역적자가 왜 줄기는커녕 늘어났는지 이해하려면 2025년 초로 돌아가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미국 기업들은 합리적으로 반응했다. 바로 사재기였다. 관세가 발효되기 전에 자동차 부품부터 전자제품까지 닥치는 대로 수입했다.
그 결과 2025년 1분기 무역적자가 4,398억 달러를 기록했다. 오타가 아니다. 기업들은 사실상 미래의 수요를 당겨 쓴 셈이고, 천장까지 쌓인 재고를 나머지 기간 동안 천천히 소진했다. 10월쯤 되니 재고 소진 효과로 월간 적자가 200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관세 지지자들은 잠깐 승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12월이 왔다. 재고 쿠션이 바닥나면서 기업들이 다시 전속력으로 수입에 나섰고, 월간 무역적자는 32.6% 급등한 703억 달러를 기록했다. 결국 2025년은 시작했던 그 자리에서 끝났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 파는 것보다 사는 게 훨씬 많았다.
관세의 역설
이 대목이 양쪽 경제학자들 모두를 답답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관세는 수입품을 비싸게 만들어 매력을 떨어뜨리고, 기업들이 국산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장치여야 했다. 실제로 수입품은 비싸졌다. 소비자 가격은 올랐고, 기업의 투입 비용은 늘었으며, 정부는 역대급 관세 수입을 거뒀다.
하지만 수입 물량은 거의 줄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수입하는 대부분의 물건은 국내 생산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을 수는 없다. 열대 농산물을 아이오와에서 재배할 수도 없다. 관세는 외국 기업에 대한 장벽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 구매자에 대한 세금으로 기능했다.
2월 대법원이 여러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행정부는 즉시 새로운 관세 권한으로 전환했고, 기업들은 6개월 앞조차 계획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다. 계획을 세울 수 없으면 투자도 없고, 투자가 없으면 국내 생산능력도 안 늘고, 생산능력이 안 늘면 결국 수입을 계속하게 된다.
전쟁의 등장
이 모든 혼란은 2월 28일 이란을 향해 첫 미사일이 날아가기 전부터 이미 엉망이었다. 군사적 충돌은 아무도 예산에 넣지 않았던 경제 충격의 두 번째 전선을 열었다.
즉각적인 고통은 유가다. 전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위협은 브렌트유를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위로 밀어 올렸다. 휘발유 가격도 따라 올랐고, 소비 여력을 갉아먹으며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에 55.5로 떨어져 2026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 책임자 조앤 슈는 전쟁 발발 이후 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개인 재정에 대한 기대치는 소득 수준, 연령대,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7.5% 하락했다.
관세 휴전론의 부상
무역 전쟁과 실제 전쟁의 충돌이 바로 보수 성향 헤리티지 재단 산하 매체인 데일리 시그널이 3월 24일 "관세 휴전"을 촉구하는 주목할 만한 칼럼을 게재한 배경이다. 논리는 명확하다. 경제가 이미 유가 충격을 흡수하고 있는 마당에 자충수인 무역 비용까지 덧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이 논리가 의외의 곳에서 힘을 얻고 있다. 기존에 관세를 지지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여러 명이 조용히 타이밍이 최악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관세로 인한 공급 충격과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충격을 동시에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선물시장에서는 유가가 2027년 7월까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에너지 비용 상승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제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군사적 충돌이 지속되는 동안 예정된 관세 인상을 동결하고, 기업들에 숨 돌릴 여유를 주며, 경제가 두 가지 충격을 동시에 맞는 대신 하나씩 흡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관세를 영구적으로 포기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응급 처치를 하자는 얘기다.
연준의 사면초가
연준은 이 모든 상황을 최악의 좌석에서 지켜보고 있다. 3월 18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3.75%**로 동결했고, 선물시장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확률을 60%로 보고 있다.
이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마비 상태다. 연준은 교과서적인 스태그플레이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유가와 관세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으니 금리를 올려야 할 것 같고, 유가와 관세와 전쟁 불확실성 때문에 성장이 둔화되고 있으니 금리를 내려야 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한쪽 문제를 극적으로 악화시키지 않는 유일한 선택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회의 후 "상황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번역하면, 다음에 뭐가 올지 우리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 성적표
이 복합 충격에 시달리는 건 미국만이 아니다. 유로존은 2분기 인플레이션이 에너지 비용에 밀려 **3.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에서 인상 논의로 3주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입소스가 측정한 글로벌 소비자신뢰지수는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해 49.4를 기록했다.
한편 중국은 조용히 가장 좋은 한 해 출발을 보이고 있다. 1~2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8% 증가하며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고정자산투자는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국제통화기금은 중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을 4.5%로 상향했다. 베이징은 경기부양책과 함께 이란 전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경쟁국들이 경제적 동력을 잃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아이러니는 짙다. 관세는 원래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지금 관세와 전쟁의 조합으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 자신이다.
앞으로 지켜볼 것들
관세 휴전론이 칼럼에서 실제 정책으로 갈지 여부는 세 가지에 달려 있다. 첫째, 유가다. 브렌트유가 앞으로 2주 더 95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자충수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4월 고용 보고서다. 2월 수치가 이미 약했는데, 한 번 더 부진하면 휴전 지지자들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갖춰진다. 셋째, 중간선거 일정이다. 블룸버그는 3월 16일 기사에서 11월이 되면 전쟁이 아니라 관세가 지배적인 경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선거에서 살아남고 싶은 정치인들은 어느 싸움을 계속할 여력이 있는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무역 전쟁과 실제 전쟁을 동시에 치르려 했고 경제가 그 무게를 보여주고 있다. 1조 2,400억 달러 상품 적자는 관세만으로 무역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배럴당 100달러 유가는 지정학이 어떤 국내 정책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소비자신뢰지수 55.5는 미국인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제 문제는 무언가가 무너지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먼저 무너지느냐다.
참고자료
- A Tariff Ceasefire in Time of War Would Help Everybody - Daily Signal
- U.S. trade deficit totaled $901 billion in 2025 despite Trump's tariffs - CNBC
- Annual U.S. Goods Deficit Hits a Record -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 Trump's unshackled presidency puts him at the center of the economy - CNBC
- Iran War Will Be Eclipsed by Trump's Tariffs Come Midterms - Bloomberg
매일 브리핑 받기
AI, 암호화폐, 경제, 정치. 네 가지 이야기. 매일 아침.
스팸 없음. 언제든지 구독 해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