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 세계가 비상 비축유 4억 배럴을 풀었는데도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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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비상 비축유 4억 배럴을 풀었는데도 부족했다

역사상 가장 큰 소방호스, 그런데 불은 여전히 타고 있다

3월 11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가진 가장 큰 레버를 당겼다. 32개 IEA 회원국 전원이 만장일치로 비상 전략비축유에서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IEA 52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협조 방출이다. 미국은 단독으로 전략비축유(SPR)에서 1억 7,200만 배럴을 투입한다. 영국은 1,350만 배럴, 한국은 2,246만 배럴을 약속했다. 일본, 독일, 오스트리아도 각자의 몫을 더했다.

그 다음 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46달러로 마감했다. 방출이 먹히지 않은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장이 셈을 해보고 4억 배럴이 어마어마하게 들리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매일 글로벌 공급에서 빼앗는 양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에너지 시장을 겁먹게 하는 산수

사상 최대 비상 개입에 원유 트레이더들이 어깨를 으쓱한 이유를 설명하는 산수가 있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매일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흘렀다. 글로벌 석유 소비의 약 5분의 1이다. 이란의 봉쇄 이후 해협 통행량은 붕괴했다. 지난 2주간 상업 선박 통행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해협은 분쟁 전 처리량의 10% 미만으로 운영 중이다.

이제 나눗셈을 해보자. 호르무즈 봉쇄가 하루에 약 1,500만1,800만 배럴을 글로벌 공급에서 제거하고 있다면, 4억 배럴 전체 방출분은 대략 **2226일** 만에 소진된다. 이건 해결책이 아니다. 절단된 동맥에 붙인 반창고다. IEA 전체 회원국의 비상 비축유는 약 12억 배럴, 거기에 정부 의무로 보유한 산업 재고 6억 배럴이 더 있다. 가진 것을 모두 풀어도 약 2~3개월분 교란만 커버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JP모건 원자재 데스크는 물류 문제를 더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대통령이 SPR 방출 명령을 내려도 에너지부가 실제 인도를 시작하기까지 통상 13일이 걸린다. 그 이후에도 원유가 정유소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추가 운송 시간이 필요하다. SPR 원유가 실제로 시장에 흐르기까지 수주가 지나며, 그때쯤 호르무즈 위기는 이미 해결되었거나 1억 7,200만 배럴로는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악화된 상태일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보험이 40년 최저로 떨어진다

미국의 1억 7,200만 배럴 기여분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 수위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SPR에는 현재 약 4억 1,500만 배럴이 들어 있는데, 이것 자체가 비축유 최대 용량 7억 1,400만 배럴의 58%에 불과하다. 방출 후 SPR은 약 2억 4,300만 배럴로 떨어지는데, 이는 1980년대 초 비축유를 처음 채우던 시절 이래 보지 못한 수준이다.

맥락을 짚으면,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위기 때 SPR을 약 3억 4,700만 배럴까지 끌어내렸고, 그 감축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광범위하게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간 비축유를 부분적으로 재충전해 4억 1,500만 배럴까지 올렸다. 이제 그 모든 진전을 되돌리고도 모자라, 방출 전보다 40% 이상 낮은 수준으로 비축유를 떨어뜨린다.

행정부는 향후 1년 내 약 2억 배럴을 매입해 방출분을 "120% 이상 보충"하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유가가 재매입이 가능할 만큼 내려온다는 전제, 즉 호르무즈 위기가 해결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데, 바로 그 전제를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 위에 머물면 SPR 보충은 엄청나게 비싸지고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해진다.

이런 일은 역사상 여섯 번밖에 없었다

IEA 전략비축유의 비상 방출은 극히 드물다. 조직 전체 역사에서 회원국들이 일제히 밸브를 연 것은 이번이 겨우 여섯 번째다. 이전 사례: 1991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 2011년 리비아 내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회).

이번 방출이 다른 모든 사례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기저 교란의 규모다. 걸프전은 하루 약 430만 배럴을 교란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약 150만 배럴을 차단했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주로 러시아발 정제유 흐름에 영향을 줬지, 세계 최대 병목지점의 원유 공급을 막지는 않았다. 호르무즈 봉쇄는 이전에 비축유 방출을 촉발한 어떤 비상사태보다 3~4배 많은 공급을 교란하고 있다.

이전 방출들은 대체로 시장 안정에 성공했는데, 교란이 일시적이고 비교적 국지적이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봉쇄는 둘 다 아니다. 이란의 신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봉쇄를 무기한 지속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미국 에너지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3월 12일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조선 호위에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인정했고, 3월 말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지금"과 "3월 말 쯤에 어쩌면" 사이의 시간 공백이 바로 원유 트레이더들이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 가격 시한폭탄

미국 소비자에게 SPR 방출은 주유소에서의 부담 완화를 의미해야 한다. 실제로 그럴지는 시점과 규모에 달려 있다. 휘발유 가격은 원유 가격에 약 2~4주의 시차를 두고 반응한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위에 있고 SPR 원유가 정유소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2주가 걸리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잠재적 완화가 오기 전까지 기름값이 계속 오르는 기간을 맞이하게 된다.

호르무즈 위기 전에도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가는 이미 갤런당 4달러를 넘어가는 추세였다. 원유가 한 달 더 100달러 위를 유지하면, 갤런당 5~5.50달러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연료세와 운송비가 높은 주에서 더 그렇다. 역사적으로 이 수준은 소비자 행동을 바꿔놓는다. 운전을 줄이고, 재량 지출을 삭감하고,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 파급효과가 경제 전체로 퍼진다.

이것은 더 넓은 경제 상황과 직결된다. 1월 소매 판매는 이미 0.2% 감소해 5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2월 고용은 9만 2천 명 감소를 보여줬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경기침체 경고 임계치인 80 이하를 13개월 연속 기록 중이다. 이미 긴장 징후를 보이는 경제 위에 5달러 휘발유를 얹는 것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비교가 역사적 비유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 시나리오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정확한 조합이다.

원유 시장이 실제로 가격에 반영하는 것

비축유 방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기대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발표 후 유가가 내리지 않은 이유는 트레이더들이 장기 교란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IEA 방출은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역대 최대 비상 개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며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PMG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이번 주 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200달러 유가를 언급했다.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시장은 지속적인 세 자릿수 유가에 무시할 수 없는 확률을 부여하고 있다. 중국이 상업 통행이 사실상 중단된 와중에도 해협을 통해 이란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깔끔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지정학적 변수를 추가한다.

IEA 자체도 자신의 개입 한계를 인정했다. 이번 방출은 외교적, 군사적 노력이 호르무즈의 정상 운항을 복원하는 동안 "다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리는 건너편에 연결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현재 해협 재개에 대한 신뢰할 만한 타임라인도 없고, 양측이 공개적으로 참여하는 외교 채널도 없으며, 미국 스스로 아직 실행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군사 호위 작전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

향후 2주가 SPR 도박이 미봉책이었는지 희소한 비축유의 낭비였는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이다. 13일 방출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3월 24~25일경 시장에 실제 SPR 원유가 유입되기 시작하므로 그 시점을 주시하자. 물리적 원유가 도착하는데도 유가가 후퇴하지 않으면, 시장은 교란 규모가 비축유 방출로 해결하기엔 너무 크다고 말하는 것이다.

해군의 호르무즈 호위 작전 진척 상황도 봐야 한다. 에너지장관 라이트의 "3월 말" 유조선 호위 목표일정은 현재 유가에 가장 중요한 단일 변수다. 해군이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고 유조선 통행이 재개되면 유가는 빠르게 내린다. 타임라인이 4월로 밀리면, 120달러 유가가 비관 시나리오가 아니라 기본 시나리오가 된다. 그리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지켜보자. 전국 평균이 5달러를 넘으면 이 분쟁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이 극적으로 변한다. 미국에서 주유소 간판의 숫자만큼 정치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없으니까.

참고자료

  1. IEA Member countries to carry out largest ever oil stock release - IEA
  2. United States to Release 172 Million Barrels of Oil From the Strategic Petroleum Reserve - Department of Energy
  3. Trump's plan to release 172 million barrels would cut US energy backstop by over 40% - Yahoo Finance
  4. Major, multi-country oil release deal fails to bring down petroleum prices - NBC News
  5. U.S. oil stockpile is at a three-decade low amid Iran's blockade - Ax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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