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다, 세계 경제가 흔들린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병목 지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고 불과 몇 분 만에,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제한하겠다고 나섰다. 해협으로 향하던 유조선들은 이란 해군을 자처하는 쪽의 무선 방송을 받고 회항했다. 통항이 금지됐다는 통보였다. 주요 석유회사와 트레이딩 회사들은 즉시 이 해역을 통한 선적을 중단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전 세계 일일 원유 공급량의 20%가 물음표가 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수로로, 가장 좁은 구간의 폭이 약 34km에 불과하다. 매일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 제품이 이곳을 통과하는데, 이는 전 세계 수요의 약 20%, 해상 원유 수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약 20%도 이 해협을 지난다. 지구상 어디에도 이에 견줄 만한 병목 지점은 없다.
유가 충격이란 이런 것이다
공습 전 국제유가는 배럴당 676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일요일 오후 6시(미 동부시간) 시장이 열릴 때 **배럴당 57달러 급등**을 전망하고 있으며, 상황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으면 10~20달러 이상의 폭등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유가가 수개월 만에 처음으로 80달러를 넘어서고,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9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란 자체의 산유량은 하루 약 330만 배럴로 OPEC 4위 산유국이며, 수출량은 약 190만 배럴(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그 중 90%가 중국행)이다. 이란 공급만 빠지는 것이라면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호르무즈 위기는 이란 원유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같은 해역에 의존하는 모든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이 위협받는다.
월요일 시장 개장을 앞둔 긴장감
월스트리트는 이미 블룸버그가 "안전자산 우선" 전략이라고 부르는 모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시나리오는 익숙하다. 미국 국채를 사고, 금을 사고, 스위스 프랑을 사고, 위험자산은 파는 것이다. 금은 금요일 온스당 5,230달러에 마감했고, 시장이 다시 열릴 때 5,450달러 선을 테스트할 것으로 전망된다. Bank of America의 12개월 금 목표가는 온스당 6,000달러다.
주식 시장 전망은 암울하다. 공습 이전에도 지난주 다우는 1.3%, S&P 500은 0.4%, 나스닥은 0.95% 하락했다. 유가 충격에 관세 혼란(2월 20일 대법원의 IEEPA 관세 위헌 판결, 2월 24일 Section 122 대체 관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모든 위험자산이 취약한 환경이 조성됐다.
이란 리알화는 이미 폭락해 공개시장에서 달러당 174만 9,500리알을 기록했다. 1월 초 대비 약 30% 가치가 떨어진 수치다.
OPEC+에 원유는 있지만, 수송로가 없다
OPEC+는 3월 1일 일요일에 회의를 열 예정인데,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공급 차질에 대비해 예상보다 큰 폭의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는 여유 생산 능력이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이란 수출량의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사우디와 UAE의 원유 수출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거나 그 인근을 지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란이 해협을 부분적으로라도 교란할 수 있다면, 다른 걸프 산유국들이 아무리 여유 생산 능력이 있어도 의미가 없다. 원유를 시장에 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의미 있는 수출 역량을 갖춘 걸프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일한데, 홍해 연안 얀부 항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그 용량은 전체 사우디 수출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것이 이란의 비대칭 지렛대다. 이란은 원유 대국이 아니어도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걸프 전체가 의존하는 좁은 해협 하나만 위협하면 된다.
관세와의 이중 충격
이번 유가 쇼크는 이미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의 관세율에 시달리고 있던 경제에 닥쳤다. 대법원이 2월 20일 IEEPA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Section 122에 근거한 10% 부가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15%까지 인상하겠다고 위협했다. 현재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약 13.7%로, 가구당 연간 800~1,3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유가 급등까지 겹치면 어떻게 되는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운송비, 제조원가, 식료품 가격에 직접적으로 전이된다. PCE 인플레이션이 이미 3.0%를 기록 중이고, 1월 PPI 보고서에서 핵심 물가가 전월 대비 0.8% 상승(예상치의 거의 3배)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 압력은 경제가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2025년 4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1.4%에 불과했고, 2025년 고용 시장은 연간 순 신규 일자리가 18만 1,000개로 하향 조정돼 경기침체기를 제외하면 수십 년 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었다.
유엔은 2026년 글로벌 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팬데믹 이전 평균 3.2%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어떤 기간의 유가 충격이라도 이 수치를 더 낮출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
아무도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대놓고 꺼내지 않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머릿속에는 그 단어가 맴돌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심지어 부분적으로만 봉쇄되더라도,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에너지 공급 위기가 된다. 비교할 수 있는 사례는 1973년 아랍 석유 금수 조치인데, 당시 유가가 4배로 뛰며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했다. 오늘날의 잠재적 충격 규모는 사실 그때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경제는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공급망은 더 취약하며, 출발점(고착화된 인플레이션, 높은 관세, 둔화하는 성장)부터가 이미 위태롭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하메네이의 사망(3월 1일 이란 국영 매체 확인)이 긴장 완화의 창을 열고, 호르무즈 봉쇄가 영구적 차단이 아닌 일시적 협상 카드에 그치는 것이다. 이 경우 유가는 75~8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몇 주 안에 안정될 수 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분쟁이 장기화돼 걸프 해상 운송이 수개월간 교란되고, 유가가 100달러를 향해 치솟으며 주요 경제국들이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이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
미 동부시간 일요일 오후 6시 선물시장 개장이 첫 번째 데이터 포인트다. 월요일 정규 시장 개장이 이번 주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국제유가로 초기 급등의 강도를 확인하고, 금 가격으로 안전자산 수요의 강도를 가늠해야 한다.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자체의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해상 운항이 재개되거나 이란 해군이 물러선다는 보도가 나온다면 위험자산에 엄청나게 긍정적일 것이다. 반대로, 분쟁이 사우디나 UAE 인프라로 확대된다면 치명적이다. OPEC+의 일요일 회의와 긴급 성명 역시 시장을 움직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월요일 아침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뜨기 전에 세상이 바뀌는, 그런 주말이다.
참고자료
- Markets brace for impact following U.S. military strikes against Iran - CNBC
- Oil Tankers Avoiding Vital Hormuz Strait After US Bombs Iran - Bloomberg
- How the attack on Iran could impact oil and the economy - CNBC
- How could the U.S. strikes in Iran affect global oil supply? - NPR
- OPEC+ to weigh bigger hike after Iran strike -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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