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럽중앙은행, 3주 만에 금리 인하에서 인상으로 방향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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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 3주 만에 금리 인하에서 인상으로 방향 전환

3주 전만 해도 유럽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금금리는 장기 완화 사이클을 거쳐 2.0%에 머물러 있었고, 인플레이션은 안정세를 보였으며,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은 연말까지 금리를 몇 번 더 내릴 수 있느냐였다. 그런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목요일 유럽중앙은행은 예금금리 2.0%, 기준금리 2.15%, 한계대출금리 2.4%로 세 가지 핵심 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동결 자체는 예상대로였다. 한 달 전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그 배경이다. 트레이더들은 이제 연말까지 79bp의 금리 인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독일 연방은행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금요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되면 4월 인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완화에서 긴축 대비로

변화의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 불과 2월 말까지만 해도 스왑 시장은 추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었다. 유로존 경제는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인플레이션은 2% 목표를 향해 안정적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전략은 단순했다. 취약한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도미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 초반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10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중동 액화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더 급격히 치솟았다. 갑자기 유럽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모델이 완전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3월 직원 전망 수정치가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6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기존 2.5% 미만에서 **2.6%**로 상향 조정됐고, 성장률 전망은 **0.9%**로 대폭 하향됐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약해지는, 중앙은행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라가르드의 줄타기

목요일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은 의도적 모호함의 교과서였다. 그녀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충격"을 인정하며 "우리는 전개되고 있는 대규모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위치와 좋은 수단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2년과 2023년의 인플레이션 급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라가르드는 금리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은 피했다. 성명서는 "데이터 의존"과 "회의별 결정"을 강조했는데, 이는 중앙은행이 정말로 앞이 안 보일 때 쓰는 표준 어법이다.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불확실성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의 자체 최악 시나리오에서는 호르무즈 봉쇄가 2026년 말까지 지속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2027년 1분기에 **6.3%**까지 치솟는 것으로 전망된다.

나겔의 선제 발언

진짜 불꽃은 금요일 아침에 터졌다. 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매파인 나겔 독일 연방은행 총재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악화되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되면 보다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하면, 유가가 계속 오르면 4월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나겔은 목요일의 동결 결정을 "적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위험을 지적했는데, 이 단어는 2022년 공격적 긴축 사이클을 시작하기 직전에 유럽중앙은행이 사용했던 바로 그 표현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시장은 이미 결론을 냈다

유럽중앙은행이 숙고하는 사이 채권 시장은 이미 답을 내놓았다. 스왑 시장은 현재 올해 세 차례의 25bp 인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첫 인상은 4월이나 6월로 완전히 가격에 반영됐다. 바클레이즈와 JP모건은 4월, 6월, 7월 인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 경우 예금금리는 여름 중반까지 2.75%로 올라간다.

가격 재조정의 속도가 놀랍다. 3월 6일 블룸버그는 전쟁이 유럽중앙은행 금리 인상을 "소수 의견에서 기정사실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3월 18일에는 두 차례 인상이 반영됐고, 3월 20일에는 세 차례로 늘었다. 단 2주 만에 2026년 전체 금리 경로가 다시 쓰인 셈이다.

유럽 국채 시장도 그에 따라 매도세를 보였다. 독일 10년 국채 수익률은 유럽중앙은행이 잠재적 경기침체 속에서 긴축을 단행하는 세계에 시장이 적응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2022년과 다른 점

2022년처럼 유럽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단순 비교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오히려 더 어렵다.

2022년에는 유로존 경제가 코로나 이후 회복 수요에 힘입어 강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유럽중앙은행은 즉각적인 경기 침체 위험 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유로존은 거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2년째 경기침체를 오가고 있고, 프랑스는 재정 적자와 정치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탈리아의 높은 부채 부담은 금리 인상을 특히 고통스럽게 만든다.

이런 취약한 경제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유럽중앙은행은 사실상 경기침체를 감수하고 인플레이션과 싸우겠다는 선택을 하는 셈이며, 그것도 가벼운 기술적 경기침체가 아니라 본격적인 침체다. S&P 글로벌의 3월 전망은 "덜 심각한 에너지 충격"만으로도 독일, 영국, 일본이 본격적 경기수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무도 꺼내고 싶지 않은 단어, 스태그플레이션

솔직하게 말하자.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동시에 성장이 둔화되면, 그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유로존은 지금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기본 시나리오, 즉 호르무즈 봉쇄가 몇 주 내에 해소된다는 전제에서도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웃돌고 성장률은 1% 미만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훨씬 더 심각하다. 유가 108달러, 유럽 가스 가격 2월 대비 55% 상승, 비료 가격 35% 상승이라는 현재 상황을 보면 비관적 시나리오가 그리 비현실적이지 않다.

전직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한 전직 총재는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아직은"이라는 단서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

4월 17일 정책회의가 이제 유럽중앙은행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날짜가 됐다. 그때까지 세 가지 변수가 유럽중앙은행의 2023년 9월 이후 첫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첫째, 유가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계산은 매주 악화된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상황 자체다. 해협이 정상 통행으로 복귀한다는 신호가 나오면 압력은 즉시 완화될 것이다. 셋째, 3월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4월 인플레이션 수치다. 에너지 충격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첫 달의 수치가 나오면, 유럽중앙은행의 손을 움직이게 할 만큼 충격적인 숫자가 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2024년과 2025년 대부분을 들여 통화정책을 중립으로 되돌렸다. 이란 전쟁은 3주 만에 그 모든 작업을 무위로 돌렸다. 프랑크푸르트는 이제 2년 넘게 하지 않았던 일, 즉 약해지는 경제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용기 있는 결단인지 무모한 도박인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벌어지는 일에 달려 있다.

참고자료

  1. ECB holds rates, predicts 2.6% inflation for 2026 - Central Banking
  2. Traders Fully Price Three Quarter-Point ECB Rate Hikes This Year - Bloomberg
  3. ECB Would Need April Hike If Price Outlook Sours, Nagel Says - Bloomberg
  4. Banks eye three ECB rate hikes this year - CNBC
  5. ECB Press Conference: Lagarde speaks on policy outlook - FX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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