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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역대 최대 규모 토큰화 청문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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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역대 최대 규모 토큰화 청문회 개최

월가와 크립토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오늘 아침 레이번 하원 의원회관 2128호실에서 꽤 의미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토큰화와 증권의 미래: 자본시장 현대화"라는 제목으로 청문회를 열었는데, 증인 명단이 아무도 예상 못 한 크로스오버 에피소드 같았다.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의 케네스 벤트슨 주니어, 블록체인 협회의 서머 머싱어, 미국예탁결제원의 크리스천 사벨라, 나스닥의 존 제카가 모두 같은 자리에 앉아 블록체인 기술이 미국 자본시장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증언했다.

이건 크립토가 진짜냐 아니냐를 묻는 소위원회 수준의 대화가 아니었다. 전통 금융 인프라의 설계자들과 새로운 크립토 레일의 건설자들에게 미래를 함께 논의하라고 요청한 전체 위원회 청문회였다. 그리고 이 대화를 뒷받침하는 숫자들은 이제 무시하기엔 너무 커졌다.

3년 전엔 없던 260억 달러 시장

토큰화된 실물자산 시장은 3월 23일 기준 온체인 가치 264.8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0일간만 5.25% 성장한 수치다. 토큰화된 미국 국채만 놓고 봐도 이달 초 사상 최고치인 1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3년에는 이 전체 카테고리가 반올림 오차 수준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이 성장을 이끈 건 크립토 네이티브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통 금융의 거물들이다. 블랙록의 BUIDL 펀드, 프랭클린 템플턴의 BENJI 토큰, 서클의 USYC가 모두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실제로 서클은 최근 블랙록을 제치고 토큰화 국채 시장의 최대 공급자가 됐다. USYC 공급량이 약 22억 달러에 달하면서 BUIDL의 약 2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JP모건의 토큰화 담보 네트워크도 시범 단계를 졸업하고 대형 기관 고객과의 실거래에 돌입했다.

블랙록과 JP모건이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구축하고 있다면, "이게 합법적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한참 지난 셈이다.

두 개의 법안, 두 가지 접근법

청문회에서는 두 가지 구체적인 법안을 검토했다. 첫 번째는 시장 현대화를 위한 토큰화법으로, SEC와 CFTC가 토큰화된 증권 및 파생상품을 촉진하기 위해 추가 지침이나 규칙이 필요한지 공동 연구를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신중하게 연구하자"는 접근이라고 보면 된다.

두 번째는 자본시장 기술 현대화법으로, 좀 더 직접적인 경로를 택한다. 브로커딜러, 이전대리인, 재무자문사가 기존 SEC 규칙에 부합하는 블록체인 기반 기록보관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미 토큰화를 실험하고 있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법적 모호성을 제거하려는 취지다.

"먼저 연구하자"와 "규칙만 명확히 하자" 사이의 긴장감이 현재 논쟁의 전부를 요약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 쟁점: 토큰화된 주식은 증권인가?

여기서부터 흥미로워지고, 솔직히 약간 혼란스러워진다. SEC의 입장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토큰화된 자산은 기술이 아니라 일단 증권이라는 것이다. 주식을 블록체인에 올린다고 해서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며, 동일한 등록 요건, 투자자 보호, 집행 메커니즘이 적용돼야 한다는 논리다.

크립토 업계는 이 프레임에 강하게 반발했다. 거래가 현재의 T+1 사이클 대신 온체인에서 몇 초 만에 결제될 수 있는 시대에, 증서를 물리적으로 배달하던 시절에 설계된 인프라를 왜 강제해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1940년대의 종이 기반 결제 규칙을 즉시 원장 결제에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혼란은 학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토큰화 증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 장애물이다. 어느 규제기관이 관할권을 가지는지, 어떤 거래소가 이 자산을 상장할 수 있는지, 어떤 투자자 보호가 적용되는지 명확한 답이 나올 때까지 업계는 회색지대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CLARITY 법안과의 연결고리

오늘 청문회는 진공 상태에서 열린 게 아니다. CLARITY 법안의 더 큰 흐름과 직접 연결돼 있다. 이 법안은 2025년 7월 17일 하원에서 초당파적 지지를 받으며 294 대 134로 통과됐다. 특정 토큰화 자산이 SEC 관할의 디지털 증권인지, CFTC 관할의 디지털 상품인지를 법률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지난주에는 톰 틸리스 상원의원과 안젤라 알소브룩스 상원의원이 1월부터 상원에서 법안을 가로막고 있던 스테이블코인 수익 조항에 대해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확인했다. 이 합의안은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수동적 수익을 금지하되 활동 기반 보상은 허용하는 구조다. 이 장애물이 해소되면서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은 4월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실적인 본회의 표결 시기는 5월에서 6월 사이다.

CLARITY 법안과 오늘의 토큰화 법안들이 모두 진전된다면, 미국은 주요 경제국 중 가장 포괄적인 디지털 자산 규제 체계를 갖추게 된다.

주 규제기관들의 우려

모두가 환호하는 건 아니다. 북미증권감독청협회는 의회에 토큰화 증권에 대한 주 정부의 규제 권한을 보존해달라는 서한을 제출했다. 그들의 우려는 명확하다. 실제로 사기를 적발하는 건 주 규제기관인데, 연방 체계가 이들의 집행 권한을 대체하면 위험한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거래, 대출, 스테이킹을 하나의 인터페이스에 묶는 "슈퍼앱" 플랫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런 플랫폼의 규모, 복잡성, 다기능 설계는 이해충돌을 야기하고, 알고리즘적 유도와 국경 간 운영이 공시 요건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타당한 우려다. 크립토 업계의 자체 감시 실적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고, 사기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건 대응 자원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다.

국채가 트로이 목마인 이유

토큰화 국채가 110억 달러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실제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이건 다음 밈 코인을 쫓는 투기꾼들의 시장이 아니다. 더 빠르게 결제되고, 24시간 운영되며,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의 수익을 찾는 기관 자본의 시장이다.

1월 크립토 하락장에서 오히려 성장이 가속화됐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재진입할 시점을 기다리면서 토큰화 국채에 자금을 주차하고 안정적 수익을 얻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건 전통적인 머니마켓 펀드가 작동하는 방식과 정확히 같다. 다만 절대 문을 닫지 않는 레일 위에서 돌아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클이 이 시장에서 블랙록을 추월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순수한 투기가 아니라 실제로 유용한 상품이라면, 크립토 네이티브 인프라가 전통 금융의 최대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

다음 핵심 일정은 4월 하반기로 예상되는 상원 은행위원회의 CLARITY 법안 마크업이다. 일정대로 진행된다면, 명확한 상품/증권 분류와 토큰화 증권에 대한 구체적 규칙이 결합되어 기관 상품 출시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

오늘 검토된 토큰화 법안들이 CLARITY 법안에 통합될지, 독자적인 법안으로 진행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치적 역학은 묶어서 처리하는 쪽에 유리한데, 의원들이 성과로 내세울 항목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260억 달러 규모의 실물자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토큰화될 수 있는 수조 달러의 전통 증권에 비하면 아직 작은 규모다. 오늘 청문회는 본질적으로 의회가 이것이 더 이상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는 "어떤 규칙 하에서"의 문제다.

참고자료

  1. Congress Tokenization Hearing March 25 2026 - FinTech Weekly
  2. Congressional hearing on RWA tokenization - Ledger Insights
  3. Circle overtakes BlackRock in tokenized Treasuries as market hits record $11 billion - CoinDesk
  4. NASAA Letter for the Record on Tokenization Hearing - NASAA
  5. What to Expect From House Committee Hearing on Tokenization - Crypto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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