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역대 최악의 하루: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가 5.6조 원을 증발시켰다

서클이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3월 24일, USDC 발행사 서클의 주가가 하루 만에 20% 폭락하며 시가총액에서 약 56억 달러(한화 약 7조 5천억 원)가 사라졌다. 코인베이스도 약 10% 하락하며 동반 급락했다. 원인은 클래리티법의 새 초안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히 보유하는 것만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크립토 규제 상황을 지켜봐 온 사람이라면, 클래리티법이 얼마나 큰 법안인지 알 것이다. SEC와 CFTC 사이의 관할권을 나누고, 토큰이 증권에서 상품으로 전환되는 기준을 정하는 시장 구조 법안이다. 하원은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몇 달째 막혀 있었다. 쟁점은 딱 하나: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허용할 것인가.
이제 답이 나왔고, 시장의 반응은 참혹했다.
새 법안 초안의 핵심 내용
3월 20일, 톰 틸리스(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과 안젤라 알소브룩스(민주당, 메릴랜드) 상원의원이 백악관의 지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 보상에 관한 합의안을 확인했다. 이 초안은 두 가지 유형의 보상을 명확하게 구분한다.
수동 이자는 불가. USDC든 다른 스테이블코인이든, 지갑에 넣어두기만 하고 수익을 얻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안은 수동 잔액에 대한 보상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며, "이자와 경제적으로 동등한" 모든 구조를 차단한다. 바로 이 조항이 시장을 흔들었다. 수동 이자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모두의 스테이블코인 채택을 이끈 핵심 인센티브였기 때문이다.
활동 기반 보상은 생존 가능성이 있다. 결제, 송금, 대출, 플랫폼 활동 등 실제 사용과 연결된 보상에 대해서는 좁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저축 계좌가 아니라 로열티 프로그램에 가까운 개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이 허용되는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왜 이렇게 큰 충격인가
법안 초안 하나가 이 정도 폭락을 일으킨 이유를 이해하려면, 이자가 스테이블코인 사업 모델에서 얼마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일부 스테이블코인 업체들은 5%가 넘는 수익률을 광고해 왔다. 전통적인 예금 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디파이 사용자들에게 은행 없이도 달러를 스테이블코인에 넣어두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혁신적이었다. 이걸 없앤다는 건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
서클 입장에서 타이밍도 최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규제 기대감 속에서 주가가 2월 초 대비 170% 급등한 상태였다. 클래리티법이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컸는데, 이자 금지 조항이 오히려 위협 요인으로 바뀌어 버렸다.
은행이 또 이겼다
이 모든 사건의 핵심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이자가 대중화된 순간부터 공포에 떨어왔다. 크립토 토큰 하나가 보유만으로 4~5% 수익을 준다면, 0.5% 이자를 주는 예금 계좌에 누가 돈을 넣겠는가? 예금 이탈 가능성은 은행 업계의 악몽이었다.
이자 금지는 본질적으로 그 공포에 대한 양보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이 규제되지 않는 은행 예금처럼 기능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상원의원들은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크립토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달랐다. 은행들이 강하게 로비했고,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여러 관계자들이 허용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보상에 관한 문구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불명확하다"고 평가했다. 활동 기반 보상 예외 조항마저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서클 vs. 코인베이스: 의외의 반전
서클과 코인베이스 모두 타격을 받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자 금지가 오히려 서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논리는 이렇다. 코인베이스는 그동안 USDC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서클과 나눠 수익을 올려왔다. 이자 지급이 금지되면 코인베이스는 그 수익 분배 구조를 잃게 된다. 반면 서클은 여전히 준비금을 관리하고, 그 준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사용자에게 전달하지 못할 뿐이다. 아무도 스테이블코인 이자를 제공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준비금 수익이 발행사에게 남기 때문에 오히려 발행사의 입지가 강화된다.
그래서 일부 애널리스트는 서클 매도가 "과도하다"며, 시장이 "먼저 쏘고 나중에 질문하는" 식으로 반응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체에는 타격이지만, 서클 자체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헤드라인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의 침묵이 말해주는 것
눈에 띄는 부재가 있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이다. 그는 새 초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이 침묵이 의미심장하다.
1월에 암스트롱은 이자 제한 조항 때문에 클래리티법에 대한 코인베이스의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금지 조항이 반경쟁적이며 전통 은행에 부당한 이점을 준다고 비판했다. 기존 입장은 분명했다. 코인베이스는 스테이블코인 이자를 크립토 생태계의 필수 요소로 보고 있으며, 금지는 업계가 싸워야 할 규제 포획이라는 것이다.
최종 텍스트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건 두 가지를 시사한다. 아직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결과를 수용하고 조용히 우회 방법을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 이슈에서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업계 대표자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조용해진 셈이다.
우회 전략은 이미 논의 중
암울한 헤드라인에도 불구하고, 크립토 업계는 규제 차익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창의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돌파구를 찾고 있다.
활동 기반 보상 허점이 가장 유력하다. 보유만으로 이자를 줄 수 없다면, 거래나 대출 활동, 유동성 공급에 대한 보상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설계하면 된다. 수동 이자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되, 중간 단계가 하나 더 붙을 뿐이다.
역외 전략도 있다. 미국 규제 밖에서 운영되는 테더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공교롭게도 서클이 폭락한 바로 그 날, 테더는 빅4 회계법인을 고용해 첫 전면 감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쟁사들이 약해지는 정확한 시점에 신뢰도를 높이는 행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클래리티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은 부활절 휴회가 끝나는 4월 13일 이후인 4월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통과하려면 상원에서 60표가 필요하며, 스테이블코인 이자 조항은 최종 투표 직전까지 협상 대상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후 SEC, CFTC, 재무부가 시행 규정을 정하는 데 12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진다. "활동 기반 보상"과 금지된 수동 이자의 실질적 경계가 명확해지는 것은 빨라야 2027년 중반이라는 뜻이다.
현재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다. 서클 주가는 상장 직후의 허니문 기간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크립토 시장 전반의 심리 지수는 "극단적 공포"를 가리키고 있다. 비트코인은 71,000달러 부근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우려와 지정학적 긴장에 규제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는 "친크립토 규제"가 항상 업계가 바라는 방향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때로는 크립토를 합법화하는 규칙이 동시에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앞으로 몇 주가 클래리티법이 스테이블코인을 주류로 이끄는 틀이 될지, 아니면 디파이 이자의 핵심을 해외로 내모는 법이 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참고자료
- Circle Stock Plunges 18% as CLARITY Act Threatens Stablecoin Rewards - CoinDesk
- Circle Posts Worst Day on Record as Proposed Law Could Limit Stablecoin Yield - CNBC
- CLARITY's Stablecoin Yield Ban Shifts Bargaining Power from Coinbase to Circle - CoinDesk
- Stablecoin Yield in CLARITY Act Won't Allow Rewards on Balances - CoinDesk
- CLARITY Act Stablecoin Yield Text Analysis - FinTech Wee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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