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르쿤, AI 업계 전체가 틀렸다는 데 10억 달러를 걸다

10억 달러짜리 역발상: LLM은 답이 아니다
65세의 튜링상 수상자 얀 르쿤이 12년간 메타의 AI 연구 조직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키운 뒤, 마침내 자신의 지론을 회사로 증명하겠다고 나섰다. 그의 새 스타트업 **AMI(Advanced Machine Intelligence Labs)**가 3월 10일 10억 3천만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를 발표했다. 투자 전 기업가치가 35억 달러로,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시드 라운드다. AI 업계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주장에 걸린 사상 최대 규모의 베팅이기도 하다.
핵심 논지는 명확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로는 진정한 인공지능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르쿤은 수년간 이 주장을 공개적으로 해왔고, 이제 회사를 세워 증명하려 한다. AMI는 텍스트가 아닌 현실로부터 학습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인 **월드 모델(World Models)**에 집중한다. 그가 맞다면 LLM 스케일링에 쏟아지는 수천억 달러는 엉뚱한 문제를 풀고 있는 셈이고, 틀리다면 기술 역사상 가장 비싼 역발상 베팅이 될 것이다.
르쿤은 왜 메타를 떠났나
이 펀딩의 배경을 알면 더 의미심장하다. 2025년 11월, 르쿤은 마크 저커버그의 사무실로 걸어가 퇴사를 통보했다. 메타의 핵심 AI 연구소인 FAIR를 처음부터 구축한 장본인이었지만, 회사의 전략 방향에 대한 불만이 한계에 달했다. 근본적인 갈등은 전략적이었다. 저커버그는 LLM 스케일링에 자원을 집중하길 원했고, 르쿤은 미래가 월드 모델과 로보틱스에 있다고 확신했다.
르쿤은 공개적으로도 거침없었다. FAIR는 연구 측면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지만, 메타는 그 연구를 실용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는 훨씬 부족했다고 밝혔다. 특히 메타가 FAIR 산하 로보틱스 그룹을 해체한 것을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물리적 세계의 이해가 진짜 지능의 열쇠라고 믿는 연구자에게, 자기 고용주가 물리적 AI 연구를 포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월드 모델 vs. 대규모 언어모델
월드 모델이 정확히 뭐고, 왜 르쿤은 모두가 열광하는 LLM보다 이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핵심은 AI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다.
대규모 언어모델은 시퀀스에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방대한 텍스트로 훈련되어 언어의 통계적 패턴을 학습한다. 텍스트 생성, 코딩, 심지어 추론에도 놀라울 정도로 유능하다. 하지만 르쿤은 근본적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LLM은 세상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언어를 이해할 뿐이며,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월드 모델은 사물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추상적 표현을 학습한다. 아기가 중력을 배우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된다. 글로 읽어서가 아니라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관찰하면서 내면의 물리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AMI의 접근법은 르쿤의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한다. 미래를 픽셀 단위로 완벽하게 예측하는 대신, 추상적 표현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며, 예측 불가능한 표면적 디테일은 무시하고 근본 규칙에 집중한다.
르쿤의 주장은 이것이 현재 AI 시스템에 가장 명백히 결여된 상식의 기반이라는 것이다. 물리적 현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월드 모델은 로봇, 자율주행차, 산업 시스템을 텍스트 기반 모델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구동할 수 있다.
누가 투자했나
투자자 명단은 기술업계와 벤처캐피털의 올스타전 같다. Cathay Innovation, Greycroft, Hiro Capital, HV Capital, 그리고 제프 베이조스의 개인 투자 회사인 Bezos Expeditions가 공동 리드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도 참여했고, 구글 전 회장 에릭 슈미트, 마크 큐반, 월드와이드웹 발명자 팀 버너스리 등 거물급 개인 투자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의 참여가 특히 흥미롭다. 지구상 거의 모든 LLM 학습에 사용되는 GPU를 만드는 회사가, LLM으로는 진짜 AI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헤징이든 진짜 확신이든, 엔비디아가 자사 하드웨어의 미래가 트랜스포머 학습만이 아닌 곳에도 있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AMI는 원래 목표했던 5억 유로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8억 9천만 유로(약 10억 3천만 달러)를 유치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논지에 투자자들이 요청 금액의 두 배를 던진다는 것은, AI 연구 커뮤니티가 르쿤의 트랙레코드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AI 수도로서의 파리
AMI는 파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다. 파리 태생으로 뉴욕대에서 가르치는 르쿤은 실리콘밸리가 아닌 유럽에 깃발을 꽂았다. 회사는 파리, 뉴욕, 몬트리올, 싱가포르 네 곳에 팀을 구축 중이다.
파리 선택은 더 넓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AI 기업과 연구자를 유치하며 유럽 AI 허브로 적극 자리매김해왔다. 역시 파리 기반인 Mistral AI가 이미 샌프란시스코 밖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AI 연구가 가능함을 증명했고, AMI의 등장은 유럽 역대 최대 시드 라운드와 함께 파리를 글로벌 AI 경쟁의 진정한 강자로 확고히 했다.
투자금은 주로 컴퓨팅 인프라와 인재 두 곳에 쓰일 예정이다. 월드 모델 구축에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고, 업계 대다수가 아직 수용하지 않은 접근법에 커리어를 걸 의향이 있는 최고급 연구자를 영입해야 한다. 최고연구혁신책임자 파스칼 펑이 네 곳 모두에서 채용을 이끌고 있다.
역발상의 리스크
솔직히 리스크도 짚어야 한다. 월드 모델 접근법 전체가 대규모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JEPA는 연구 논문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여줬지만, 지난 3년간 LLM이 보여준 수준의 혁신적 성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실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ChatGPT, Claude 등 경쟁 제품들은 지금 당장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월드 모델은 아직 연구 논문을 생산하는 단계다.
르쿤의 비판자들은 그가 수년간 LLM의 종말을 예언해왔지만 LLM은 계속 더 강력해져왔다고 지적한다. "이 접근법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와 "이 접근법이 곧 벽에 부딪힐 것이다" 사이의 거리는 어마어마하며, 지금까지 LLM의 스케일링 법칙은 회의론자들의 예상보다 잘 버텨왔다.
하지만 르쿤의 트랙레코드는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는 2018년 튜링상을 공동 수상한 "딥러닝의 세 아버지" 중 한 명이다. 1990년대 그의 합성곱 신경망 연구는 AI 커뮤니티 대부분에게 10년 넘게 무시당했지만, 결국 현대 컴퓨터 비전의 기반이 되었다. 그는 나머지 업계가 따라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큰 판단에서 맞았던 전력이 있다.
앞으로 주목할 포인트
향후 12~18개월이 AMI에게 결정적이다. 회사는 JEPA가 학술 논문을 넘어 실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물리적 현실의 이해가 가장 중요하고 LLM이 가장 고전하는 영역인 로보틱스와 자율 시스템 분야에서의 초기 시연을 주목하자.
채용 발표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 AMI가 OpenAI, 구글 딥마인드, 앤트로픽에서 최고급 연구자를 빼오기 시작한다면, 월드 모델 논지가 투자자뿐 아니라 AI 연구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진짜 신뢰를 얻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다른 주요 연구소들이 LLM 연구와 함께 월드 모델 연구에도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는지도 주시하자. 엔비디아의 AMI 투자는 스마트 머니가 순수 LLM 미래에서 분산 투자를 시작하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
참고자료
- Yann LeCun's AMI Labs raises $1.03B to build world models - TechCrunch
- Yann LeCun just raised $1bn to prove the AI industry has got it wrong - The Next Web
- Yann LeCun's New AI Startup Raises $1 Billion in Seed Funding - Bloomberg
- Yann LeCun's new venture is a contrarian bet against large language models - MIT Technology Review
- AMI Labs Hits $3.5 Billion Pre-money Valuation - Data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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