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반도체를 팔고 소프트웨어에 올인했다. 이유는 에이전틱 AI다.

AI 대이동이 시작됐다
이번 주 월가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2023년 초 AI 투자 열풍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투자자들이 AI 붐을 만들어낸 반도체 주식에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빼서 AI를 실제 매출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쏟아붓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AI 대이동(The Great AI Handover)"**이라 부르고 있으며, 숫자가 인상적이다. SOXX 반도체 ETF가 상당한 수익을 반납하는 동안 소프트웨어 중심의 IGV는 2025년 고점 대비 25~30% 폭락에서 회복을 시작했다.
촉발 요인은 하나가 아니다. 세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실적 반응(깜짝 호실적에도 5.5% 하락),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틱 AI 계약 전분기 대비 50% 성장 입증, 그리고 AI 가치 사슬이 "누가 칩을 만드느냐"에서 "누가 칩을 유용하게 만드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폭넓은 인식이 겹쳤다.
칩에서 코드로
AI 투자 사이클의 첫 번째 국면은 단순했다. 기업들이 AI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려면 GPU가 필요하니까, 엔비디아를 사면 됐다. 이 전략은 2023년부터 2026년 초까지 극적으로 성공하며 엔비디아를 4조 달러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두 번째 국면은 다르다. 인프라는 대체로 구축됐고(최소한 1차 물결은), 핵심 질문이 "컴퓨팅을 만들 수 있느냐"에서 "컴퓨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로 바뀌었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4분기에 22,000건 이상의 에이전트포스 계약을 체결했고, 에이전트포스와 데이터 클라우드의 연간 반복 매출(ARR) 합산이 약 18억 달러에 도달했다. 서비스나우의 에이전틱 AI 제품 "Now Assist"는 연간 계약 가치(ACV) 6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건 파일럿 프로그램이나 개념 증명이 아니다. 실제 구독 매출을 만들어내는 프로덕션 배포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간의 성과 격차가 소프트웨어 쪽으로 이렇게까지 기울어진 건, 13개월 전 딥시크발 AI 되감기 이후 처음이다. 엔비디아를 50달러에서 190달러까지 타고 올라간 투자자들이 이제 소프트웨어를 AI 투자의 다음 구간으로 보고 있다.
"에이전틱 AI"가 시장에서 실제로 뜻하는 것
"에이전틱"이란 단어가 많이 떠돌아다니지만, 이번 시장 로테이션은 구체적인 기술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기존 AI 도구(챗봇, 코파일럿, 요약기)는 인간의 업무를 보조한다. 에이전틱 AI는 인간의 업무를 대체한다. AI 에이전트는 고객 서비스 질문에 단순히 답하지 않는다. 티켓을 해결하고, CRM을 업데이트하고, 필요하면 상위로 에스컬레이션하고, 후속 조치까지 한다. 이메일을 그냥 초안 잡는 게 아니다. 받은 편지함을 모니터링하고, 메시지 우선순위를 매기고, 미팅을 잡고, 워크플로를 실행한다.
이 차이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에 엄청나게 중요하다. 기존 "인당 과금" 라이선스 모델에서는 인간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AI가 위협이다. 사용자 수가 줄면 라이선스가 줄고, 매출이 줄어든다. 바로 이 공포가 2월 초 **"SaaS포칼립스(SaaSpocalypse)"**를 촉발시켰다. 나스닥이 한 세션에 4% 이상 폭락한 건, AI가 SaaS 비즈니스 모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SaaS포칼립스를 살아남은 기업들은 성과 기반 가격 모델로 전환한 곳들이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틱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 계약(Agentic Enterprise License Agreement)"**을 도입했는데, 인간 로그인당 과금에서 "에이전틱 워크 유닛" 단위 과금으로 전환한 것이다.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수행하는 업무 자체에 비용을 매기는 방식이다. AI를 매출 위협에서 매출 증폭기로 바꾸는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다.
현재까지의 승자들
이번 로테이션에는 확실한 승자가 있다. 세일즈포스는 에이전트포스 플랫폼이 엔터프라이즈 규모에서 실질적인 견인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급등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이 최근 분기에 137%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AI 플랫폼 배포가 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는 세계 최초의 칩 설계용 에이전틱 AI 솔루션을 출시하며 반등했는데, 엔지니어링 생산성이 10배 향상됐다고 밝혔다.
서비스나우도 핵심 강자다. Now Assist 플랫폼이 ACV 6억 달러를 돌파하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따분한 영역 중 하나인 IT 서비스 관리가 AI 에이전트의 비옥한 토양이라는 걸 증명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인간이 지원 티켓을 읽고, 분류하고, 라우팅하고, 해결하는 대신 AI 에이전트가 네 단계를 모두 수 초 만에 처리한다.
반대편에서는, AI 에이전트 전략이 없는 범용 SaaS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시장이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핵심 제품에 AI 에이전트를 내장한 기업)와 "AI 취약 소프트웨어"(제품이 AI 에이전트로 대체될 수 있는 기업) 사이에서 양극화되고 있다. 이 두 그룹 간의 격차는 매주 벌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왜 깜짝 호실적에 하락했나
엔비디아 매도세는 이번 로테이션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 목요일 엔비디아는 분기 매출 681억 달러(예상치를 20억 달러 상회), 다음 분기 가이던스 780억 달러(예상치를 54억 달러 상회)를 발표했고, 추론 비용을 10배 개선하는 루빈 칩 플랫폼을 공개했다. 그런데 주가는 5.5% 하락했다. 4월 이후 최악의 하루였다.
하락은 엔비디아 실적 때문이 아니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의 문제였다. 루빈이 10배 저렴한 추론을 실현하면, AI 워크로드 운영 비용이 급락한다. AI 에이전트를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드니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GPU 구매 속도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한 애널리스트의 표현처럼 현재 AI 자본 지출에 "현금 흐름을 쏟아붓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새 칩이 이전 칩보다 10배 효율적이라면 구매를 늦출 수 있다.
VanEck 반도체 ETF는 동조 매도로 3.3% 하락했다. 브로드컴, 램리서치, 웨스턴디지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모두 밀렸다.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반도체에서의 쉬운 돈벌이 시대는 끝났고, 가치 창출의 다음 물결은 소프트웨어 레이어에 있다.
구글의 기여: 제미나이 3.1 프로
소프트웨어 로테이션에 기름을 부은 것이 있다. 구글이 2월 19일에 제미나이 3.1 프로를 출시하며 ARC-AGI-2 벤치마크에서 **77.1%**를 기록했는데, 전작 대비 추론 성능이 두 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SWE-Bench Verified(AI 보조 소프트웨어 개발 벤치마크)에서도 **80.6%**를 달성했다.
이 벤치마크가 중요한 이유는, 에이전틱 AI를 구동하는 핵심 역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제 해결, 다단계 작업에 걸친 맥락 유지, 프로덕션 수준의 코드 작성이 바로 그것이다. 더 나은 모델은 더 유능한 에이전트를 의미하고, 이는 곧 이 모델들 위에서 제품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더 매력적인 제품으로 이어진다. 구글의 모델 개선은 에이전틱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모든 기업의 매출 흐름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앞으로 주목할 것
칩에서 소프트웨어로의 로테이션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기업 AI 지출은 2026년에 14.7%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출의 무게 중심이 인프라(GPU, 데이터센터)에서 애플리케이션(에이전트 플랫폼, 워크플로 자동화, AI 네이티브 소프트웨어)으로 이동하고 있다.
추적해야 할 핵심 지표는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에이전틱 거래량이다. 세일즈포스의 에이전트포스 22,000건, 서비스나우의 ACV 6억 달러가 기준점이다. 5월에 발표되는 1분기 실적에서 이 숫자가 가속화되면, 이번 로테이션은 다리가 있다. 정체되면, 에이전틱 AI가 또 하나의 과대 포장된 카테고리에 불과한지 시장이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이것이다. AI 투자가 끝난 게 아니라 진화한 것이다. 가치가 컴퓨팅을 만드는 기업에서 컴퓨팅을 수익화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월가는 바로 지금 그 전환을 재가격화하고 있다.
참고자료
- The Great AI Handover: Why 2026 is the Year the Market Dumped Chips for Code - Market Minute
- The Agentic Pivot: Meta and Anthropic Spark a Tech Rebound Amid the 'SaaSpocalypse' - Market Minute
- Salesforce Q4 2026 Earnings: Agentic AI Drives Revenue Beat - Market Minute
- Software gets relief as AI trade recalibrates - Axios
- Prediction: Agentic AI Will Be the Biggest Tech Trend of 2026 - Motley F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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